앵커>
지난 1970년대부터 우리나라 현대 미술에서 선보인 뒤 이제는 독창적인 한국적 미술사조로 평가받고 있는 '단색화'의 그동안의 발전과정을 한자리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홍희정 국민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사내용]
'단색화의 예술'이란 주제로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립니다.
이번 전시회에는 한국 단색화의 1세대 거장들인 박서보, 이우환, 하종현 화백을 비롯해 김기린, 정상화, 정창섭, 윤형근 등 7명의 중견 작가 작품 40여 점이 선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단색화는 지난 1970년대 처음 시작돼 그 역사가 45년에 이릅니다.
홍남경 / 국제갤러리 전시담당
"서구식으로 재편되고 있었던 당대의 사회상과 정치적으로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도 순수한 예술 정신을 가진 작가들의 단색화 운동의 모습을 재조명하고자 기획됐습니다."
언뜻 보면 텅 빈 듯 단조로워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화면은 변화무쌍해 관람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며 작품과의 대화와 교감을 이끌어 냅니다.
작가 정창섭의 작품 '닥'입니다.
한국의 전통 닥을 물에 불린 뒤 주무르고 반죽하는 과정을 거치며 물상의 변화와 작가의 끈질긴 인내의 결과물로 탄생됐습니다.
간결함과 단아함이 돋보이는 박서보의 작품입니다.
캔버스에 물감을 바르고 반복적인 연필 드로잉을 통해 내면의 수양을 작품 속에 표출시켰습니다.
하종현 화백의 '접합'시리즈는 한국 전쟁 이후 미국 원조품을 담았던 마대자루 같은 비전통적인 매체를 이용했습니다.
하 화백은 소재 선택의 파격뿐만 아니라 캔버스 뒷면에서 두터운 물감을 밀고, 앞에서 누르고 떼어내는 복합적인 작업인 배압법을 이용해 회화의 고정관념을 깨고 한국적 추상회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이밖에도 정상화의 '뜯어내기와 메우기', 이우환의 '선과 점의 행렬', 윤형근의 '색면 중첩', 김기린의 '물감 뿌리기' 등 작품 하나하나에 수 십회를 거듭하며 작업한 작가들의 인고의 시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채이 / 대구대 회화과 2학년
"갤러리를 둘러보면서 일단 이름표가 없다는 것이 굉장히 재밌었어요. 그리고 또 공간을 압도하는 듯한 느낌들이 작품들에서 나와서 편안함도 느낄 수 있고 굉장히 좋았습니다."
최형우 / 서울 관악구 호암로
"저는 이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한국인만이 느낄 수 있고 표현해낼 수 있는 색깔인 것 같아서 가장 가슴에 와닿고.."
자기를 부정하고 비워냄으로써만 가능한 단색화 작업이지만 특히 우리나라 단색화는 여기에 우리나라의 문화적, 시대적 특성이 배어있어 그 독창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단색화가 서구 모노크롬 회화의 아류가 아닌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흐름에서 독창적 미술 사조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국민 리포트 홍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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